반려동물 고슴도치 장례식장 '21그램' (경기광주)

2021. 2. 14. 19:59#고슴도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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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2021년 2월 12일, 갑자기 고슴도치 센치가 떠났다.

 

2월 10일 저녁부터 밥을 반 정도밖에 안먹더니 11일에는 한 알도 먹지 않았고, 토 까지 했다. 12일에는 입 바로 앞에다가 가져다가 대주었는데도 먹지를 않았다. 심지어 걷지도 잘 못하고 비틀거렸다. 설 연휴라 원래 가던 고슴도치 전문 병원이 영업을 하지 않아서 주변에 24시 동물병원(정자역에 위치한 24시 폴동물병원)에 연락해보았는데 다행이 영업을 한다고 했고, 5시 30분에 예약을 잡았다. 그 때 시간 3시 30분쯤. 

 

센치의 마지막 모습. 너무 비틀비틀대고 밥은 하루 이상을 쫄딱 굶었는데도 입에도 대지 않았다. 물은 그래도 조금 먹는 걸 보았다.

 

밥을 먹지 않는 센치의 상태를 살피고자 아침부터 계속 방을 들락날락한지라 조금 쉴 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병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다시 아이의 상태를 보고자 방문을 열었는데 센치의 가시 전부가 바짝 서있었다.

 

고슴도치 카페에서 도치들이 떠나기 전에 가시를 바짝 세우고 떠난다는 이야기를 봐서 황급히 하우스의 뚜껑을 열고 센치의 이름을 외쳤다. 고슴도치는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소리가 들리면 쉭쉭대는 소리를 내며 경계를 한다. 그런데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에 힘이 너무 없어서 미동도 하지 못하는 거라고 믿고싶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센치를 들어올렸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 때가 4시 38분쯤.

 

1시간만에 센치가 하늘나라로 갔다. 

 

너무 갑작스럽고 처음 있는 일이라 주변 친구들에게도 엉엉 울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친구가 있어서 일단 전화해서 다짜고짜 엄청 울었다. 엉엉 울면서 예약한 24시 폴동물병원에 전화를 했고, 센치가 갑자기 떠났다고 연락했다. 그리고 장례를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물어보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병원에서 대신 알고있는 장례업체에 전화를 해주셔서 이것저것 물어봐주시고 연락을 다시 주셨다.

 

이 때 센치를 품에 안은채로 계속 엉엉 울고 있었다. 병원 분들에게는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통합장례(다른 동물들과 같이 화장을 해서 유골을 받을 수 없는 장례)는 10만원, 개인장례(반려동물 1마리만 개인 화장을 해서 유골을 받을 수 있음)는 25만원 정도라고 했다. 소개해주신 곳은 경기 광주에 위치한 '21그램' 이라는 곳이었다. 

 

경기 광주의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시설이 엄청 깔끔했다.
대기실도 엄청 잘 되어있다.

일단 21그램에서 센치의 장례를 진행한 건 정말 너무나도 좋은 선택이었다. 예약을 하는 순간부터 장례식장 안에서도, 떠나는 순간까지도 좋은 경험만 만들어주셨다. 시설도, 장례를 진행해주시는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님들도 너무 친절하고 설명을 잘 해주셨다. 반려동물과 이별하기까지 충분히 추모하는 시간도 주시고, 화장 후에 유골을 볼 때 놀랄 수 있는 점도 미리 알려주시는 등. 전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주셨다. 너무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 센치를 정말 예쁘게 보내줄 수 있었다. 

 

24시간 전화 문의가 가능했다. 그런데 장례 가능한 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6시라 우리 센치가 떠난 당일에는 이미 시간이 좀 늦어서 다음날 오전으로 예약을 했다. 하루이틀 정도는 부패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했다. 나는 우리 센치가 예전에 살았던 작은 리빙하우스에 담요에 잘 포개서 쉬게 해주었다. 우리 센치가 눈을 뜨고 떠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감겼다. 그래도 우리 센치가 오랜 시간 아프지 않고 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해도 쳇바퀴를 너무 잘타고 힘이 넘쳐서 집안을 헤집어놓는 친구였던지라 우리 센치만큼 활발한 도치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났다. 

 

21그램에 대한 사진 및 후기는 아래에..

 

유골함, 루세떼(반려동물 유골로 만드는 보석?) 등 여러가지 선택할 수 있다.
센치 생전 찍은 사진 5개 정도를 영상으로 만들어주신다. 추모실에서 충분히 추모할 시간을 준비해준다. 이 때 반려동물이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사료를 가져가도 괜찮다. 이 때 정말 많이 울었다. 건강한 센치의 사진과 눈을 감은 센치를 같이 보는 게 너무 슬펐다.
너무 순해서 가시를 잘 세우지 않는 센치였는데 가시가 바짝 서있다. 눈을 감은 센치를 이렇게 오래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배쪽 털은 여전히 너무나 부드러웠다. 얼굴도 쓰다듬어주었다.
향도 피울 수 있다. 센치를 샤워씻기고 항상 노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곤 했었다. 
화장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 사실 너무 슬퍼서 장례지도사님이 설명해주는 걸 하나도 못들었다.
화장하는 데에는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고슴도치는 워낙 작아서 그렇고 보통 강아지들은 길게 2시간 이상도 소요될 수 있다고 한다. 또 고슴도치는 워낙 작아서 저온으로 화장을 해야한다고 한다.
화장하고 남은 우리 센치의 유골. 고슴도치가 워낙 조그맣다보니 뼛가루도 너무너무 조금밖에 없었다. 너무나 작고 소중했다.
이렇게 유골함에 담아주신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잘 케어해주셔서 감동적이었다.
이 곳에 장례확인서 등을 담아주신다. 우리 센치를 잘 보내준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우리 센치는 유기도치로 2019년 5월 13일에 목동에서 데리고 왔다. 포인핸드 어플에서 보자마자 너무 데리고오고싶은 아이라 5월 8일인가부터 병원에 연락해서 제가 데리러가겠다고 계속 전화를해서 의사 선생님이 좀 귀찮아했을 정도ㅎㅎ 당시 센치는 0.3kg였는데 마지막 순간에는 540~580g 에 육박했다. 거의 2배가 된 센치. 처음 우리집에 온날에는 엄청 앙상했었다. 호수공원에 버려져있었던 것 같다. 

 

자다 일어나서 어리벙벙한 센치
똘망똘망하고 짧은 코가 매력인 센치. 발톱이 안으로 자라는 편이라 자주 깎아주느라 고생 좀 했다
잠자는 거 깨워서 언짢은 센치 ㅎㅎㅎ 귀여워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은 2년도 채 안되었지만, 그래도 스트리트 출신 우리 센치를 넓은 방 안에서 자유롭게 키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통통하게 살도 찌워서 뿌듯! 우리 센치 마지막에 너무 아팠을텐데 빨리 못알아차려서 미안해. 도치별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고싶은거 다하면서 재미있게 놀아! 사랑해 센치야, 나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우리 또 만나자 센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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