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구강종양 증상, 병원비, 겨울철 실내 온도

2020. 11. 1. 22:36#고슴도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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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밀리(나이: 1년 7개월, 암컷)가 처음으로 동물병원에 방문했다. 

 

병원 가던 날 이동장에 들어있는 밀리. 제발 아무 일 없어달라 빌었다. 

증상

밀리의 발톱을 깎던 중에 꼬리에 사람 여드름처럼 빨갛게 뭔가(종기?) 나있는 것을 발견했다. 익어서 하얗게 되기 직전의 새빨갛고 부어있는 화농성 여드름 같은 느낌이었다. 밀리는 변 상태가 좋고 목욕도 1달에 1번은 해주고 있어서 위생 상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아서 더 불안했다. 사람도 여드름을 냅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서 터지는 경우가 있으니 경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했다. 3-4일 지나서 확인해보니 새빨갛던 종기가 크기는 그대로인데 약간 거무칙칙해 져있었다. 대신 밥을 먹는 것이나 활동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꼬리 사진을 찍어두려고 했지만 찍기가 너무 어려워 촬영은 실패했다. 

 

먹성이 엄청나게 좋은 밀리가 어느 날 밥을 전혀 먹지 않았다. 추워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날은 종종 보았지만 밥을 한톨도 먹지 않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너무 놀라서 입 바로 앞에 밥을 가져다 주자 다 먹기는 했다. 추워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밀리는 밥 시간만 되면 미리 나와서 기다릴만큼 먹보라 밥을 먹지 않은 것이 너무 불안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0L 리빙 하우스에서 키우다가 너무 좁은 것 같아 방목을 시작했는데, 전기장판 위나 은신처 안에서 자지 않고 자꾸 찬 바닥으로 가서 자는 바람에 보일러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은신처에 다시 호감을 느끼라고(?) 알사료를 은신처 안에 몇알 넣어놨는데 1알 겨우 먹더니 그 다음부터는 입에 대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다시 원래 주던대로 사료를 물에 뿔려서 주었더니 잘 먹었다. 

 

가려고 한 병원이 집에서 좀 멀어서 고민했지만 너무 불안해서 결국 다음날 방문하기로 했다. 

 

꼬리에 났던 종기를 제거한 다음의 사진이다. 이전 사진은 못 찍었다 ㅠㅠ

병원

내가 방문한 병문은 서울 송파구의 '에코동물병원'이다. 고슴도치 질병과 관련된 글을 검색했을 때 가장 포스팅이 많이 나오는 병원이기도 했고, 가시버시라는 고슴도치 집사 커뮤니티에서도 평이 괜찮은 곳이었다.

 

이전에 수컷 고슴도치 센치의 귀에서 피가 났을 때 근처에서 가까운 병원을 갔었는데, 그래도 고슴도치 진찰 이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었는데도 너무 대응이 실망스러웠다. 의사가 고슴도치를 잘 만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를 잘 보는 병원에 가야 한다.

 

평일 오전에 방문했는데도 진찰을 기다리는 손님이 2-3명쯤 있었고 고슴도치 전문병원답게 고슴도치 사진이 많았다. 실제로 원장님이 고슴도치를 키우는 분이라고 해서 더 믿음직했다. 고슴도치 외에도 특수동물 전문병원이라 앵무새, 미니피그도 있었고, 고양이나 강아지들도 많았다. 대기 시간이 길어서 대기실에서 오래 앉아있었는데 그동안 병원 직원분들이 동물들을 엄청 예뻐해주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진단

고슴도치는 몸을 말고 가시를 세우는 특성 때문에 진찰을 위해 마취가 필수적이다. 작은 동물을 마취하는 게 썩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고슴도치 특성 상 무조건 마취를 해야하는데 상태를 보고 호흡 마취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증상이나 키우는 환경 등을 말씀드리고 진행할 검사에 대해서 상의하여 결정했다. 밀리는 그동안 건강검진을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꼬리 검사를 위해 마취하는 겸 혈액검사,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로 했고, 암컷이다 보니 자궁 쪽 문제도 있을 수 있어서 초음파 검사도 진행했다. 대략 40분? 1시간 정도 기다렸더니 1차적으로 진단 결과를 말씀해주셨다.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했다.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건강과 관련된 수치를 알 수 있는데, 염증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다. 그 외에도 간 수치도 살짝 높지만 걱정할만큼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신장 수치는 걱정해야할만큼 좋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 중 염증 수치가 높다는 것은 몸에 염증이 많은 상태라는 것인데 이게 꼬리에 난 종기 때문인지, 다른 문제때문인지는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엑스레이 결과에서는 폐가 조금 좋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까맣게 나와야 건강한 폐인데 조금 하얗게 나와서 호흡이 안좋지 않았는지 물어보셨다. 돌이켜보니 밀리가 유달리 숨소리가 쌕쌕 나는 편이긴 했다. 같이 키우는 센치랑은 숨소리가 다른 것은 알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그랬던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폐가 안좋았다니.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본 자궁도 아직 완전히 안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자궁의 사이즈가 조금 커져있어서 미리 제거하는게 좋을 거라고 하셨다. 암컷 동물들이 자궁에 질환이 많아서 웬만하면 자궁 제거 수술을 해주는 게 좋다고 알고는 있어서 언젠가 하려고는 했지만 진짜로 상태가 안좋다고 하니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가장 좋지 않은 부분은 구강 건강이라고 하셨다. 입 안에 종양이 왼쪽, 오른쪽 골고루 2-3개씩 자라 있는 상태였다. 다행인 것은 아주 큰 사이즈는 아니라 제거 수술을 통해 쉽게 제거는 가능한 상태였다. 이 종양도 조직검사를 진행하면 일반 종양인지 악성 종양인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대부분 악성인 경우가 많고 재발하는 일이 많아서 굳이 비용을 들여 검사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악성 종양은 찾아보니 '암'이라고 한다)

 

수술

위 진단을 통해서 밀리에게 권장되는 수술은 총 3가지였다. '구강 내 종양 제거', '꼬리 종기 제거', '자궁 적출'. 비용이 만만치 않고 한 번에 많은 수술을 하는 게 무서워서 일단 구강 종양 제거 수술만 진행하기로 했다. 꼬리 같은 경우는 일단 바늘로 찔러서 농이 나오면 종양이 아니고 여드름 같은 것인지라 일단 어떨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주시기로 했다. 자궁도 아직 문제가 될만큼 안좋은 상태는 아니라 일단 수술은 보류했다. 

 

다행히 꼬리에 난 것은 바늘로 찌르니 농이 나와서 잘 터졌다고 했다. 여드름 같은 것인데 발생 원인은 여러가지로 위생 상의 이유일 수도 있고 사람도 여드름이 아무 문제 없어도 하나 둘씩 가끔 나듯 별 문제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일단은 종양은 아닌 것으로. 

 

구강 내 종양은 제거를 해주셨고 지혈을 위해 잇몸을 지지는 처리(?)도 해주셨다. 그 중 종양으로 부은 잇몸에 파묻혀 몇 개의 치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상태라 나중에 발치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발치는 큰 수술이라 일단 종양만 제거했다. 문제는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밀리랑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다른 고슴도치 사진도 보여주셨는데 계속 재발하다가 나중엔 점점 심각해져서 결국 그 아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우리 밀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각오해야만 했다. 

 

비용

원래 애완동물들의 병원비가 사람보다 훨씬 비싸지만(보험 처리가 안되므로), 고슴도치는 특수동물이라 강아지 고양이보다 더 비싸다. 또한 위에서도 언급했든 마취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마취 비용이 항상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가시버시 카페를 참고해보니 병원마다 호흡마취 비용이 다르긴 하지만 가장 저렴한 곳은 2만원, 비싼 곳은 8만원까지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5만원 내외였던 것 같다. 아래 영수증을 첨부해두었는데 수술비가 역시 제일 비싸고(220,000) 그 다음은 혈액검사(100,000), 마취(66,000), 복부초음파(55,000) 등등 이다. 약값도 9일치긴 했지만 꽤 비싸다. 1회 방문해서 약 68만원이 들었다. 

 

 

나는 올해 건강검진 제외한 병원을 딱 1번 갔는데, 그 때 든 비용이 약까지 포함해서 2만원 아래였다. 고슴도치의 병원비는 충격적이었다.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책임감이 수반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경과

병원에서 수술을 한지 4일이 지났다. 마취에서 깨자마자 아주 활발했고 밥도 잘 먹는다. 쳇바퀴도 타고 변도 잘 본다. 첫째 날인지 둘째 날은 병원 때문에 피곤했던 걸까 약 때문인걸까 조금 헤롱헤롱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바닥에서 자서 보일러를 24시간 가동 중이다. 약도 잘 먹는다. 약은 생각보다 애들 먹는 달달한 향기가 나서 안심했다. 근데 약이 엄청 많아서 우리 밀리가 너무 병약해보여서 마음이 좀 안좋았다. 나도 잘 안먹는 약을 4개나...ㅠ

 

사과달팽이 밀리. 왜 꼭 저렇게 뭔가에 깔려 있는 걸 좋아하는지! 

기타

고슴도치 사육 환경의 적정 온도는 24도 내외다. 가을겨울철에는 전기장판, 보일러가 필수다. 인간이 느끼기에 시원한 정도는 고슴도치에겐 추운 온도다. 실제로 고슴도치를 키웠던 지인 중에 이맘때 쯤 보일러 안틀고 출근했다가 퇴근했는데 2마리가 죽어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혹시 몰라 온도에 엄청 조심하고 있다. 

 

에코동물병원 블로그에는 고슴도치 질병 및 수술에 대한 포스팅이 엄청 많다. 미리미리 읽어두면 좋다. 유튜브에도 감사하게 고슴도치 병원 방문한 영상을 올려주신 분들이 몇몇 계신다. 처음 동물병원 방문할 때는 모든 게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봐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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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밀리랑 센치 사랑둥이들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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