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뮤직은 왜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를 올리기 시작했을까?

2020. 5. 8. 08:30#음악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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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 (YouTube Premium, 월 구독료를 내면 광고 제거 및 백그라운드 재생 가능,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이용 가능) 때문인지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유튜브에 엄청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개인 채널은 물론 벅스, 멜론 같은 대형 서비스들에서도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추세다. 

 

 

유튜브의 경우, 음악을 전곡 그대로 올리면 영상을 올린 사람이 아니라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광고 수익을 주기 때문에 조회수를 올려 돈(광고 수익)을 벌겠다는 목적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래는 내가 자주 찾는 플레이리스트 채널 essential에서 주로 공지하는 내용인데, 대부분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은 광고 없이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광고 수익을 버는 것이 정책 상으로 불가할뿐더러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플레이리스트를 올리는 것도 아니라는 증거다. 

 

영상의 끝에 갔다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들으면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채널은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매우 매우 강조하기도 한다. 이는 유튜브의 유저들이 다른 창작자의 음악으로 업로더가 돈을 가로챈다는 비난의 댓글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명확히 공지해두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유튜브를 비롯하여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을 보면 시청자들이 '후원' 기능을 통해 크리에이터, BJ들에게 자발적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쥐어 준다. 유튜브의 시청자들은 후원보다는 광고 시청을 통해 창작자에게 금전적인 이득을 주려고 한다. 소비자들이 콘텐츠의 퀄리티를 인정하고 무료로 보기엔 아깝다고 생각하며, 창작자에게 돈을 벌게 해 주고자 유튜브의 광고를 skip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시청하는 것이다. (광고를 skip하지 않고 끝까지 시청하면 업로더는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강아지 '기적이'의 일상을 담은 '기적이 아빠' 유튜브 영상 댓글 중

 

그렇다면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올려도, 조회수가 아무리 많아도, 사람들이 광고를 아무리 봐줘도,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기업 채널들이 업로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들은 무료 마케팅 수단으로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데에는 돈이 한푼도 들지 않는다! 반면 유튜브를 이용하는 전 세계 유저는 월간 20억 명에 이른다. 국내 유저는 3천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유튜브 시청 시간은 442억 분을 넘었다. (2019년 하반기 기준) 

 

 

사람이 많이 모이는 플랫폼에 광고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카카오톡 메신저 상단에 뜨는 광고 배너 '비즈보드'는 광고 집행 금액이 몇 억에서 최고 20억에 이르며, 네이버의 배너 광고도 최소 몇천만 원에서 황금 시간대의 황금 지면은 억 단위는 자주 있는 일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앞서 말한 두 사이트의 배너 광고보다는 훨씬 더 저예산으로 광고를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얻으려면 그래도 최소 월 100만 원은 써야 한다. 광고를 본 소비자가 구매를 하지 않아도 단지 노출(CPM)하거나 클릭(CPC)이 일어나기만 해도 광고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 유튜브는 위에 언급한 모든 플랫폼보다 사용자가 많고 체류 시간이 길다. 그런데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무료다! (물론 유튜브에 광고를 하는 것은 유료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채널에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 무료라는 것이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유튜브가 채널 개설 시 소정의 비용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채널 개설 시에 비용을 지불해야했다면 지금만큼 콘텐츠의 양이 많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만큼 유저 수나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결국 유튜브는 '소탐대실' 하지 않고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즐기고 올릴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고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버는 전략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많은 유저를 모으기 위해 이런 전략을 사용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벅스와 멜론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음악이 재생되지 않고 유튜브에서 재생 시키므로 음원 유통 수수료를 전혀 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에센셜(essential) 채널의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벅스 이용을 하고 싶어하거나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

에센셜(essential)은 벅스의 뮤직 PD들이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올리는 벅스의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아래 동영상과 같이 컨셉에 맞는 음악을 모아둔 플레이리스트를 올려준다.

 

 

음원 플랫폼들은 같은 곡을 유통하기 때문에 차별점을 만들기가 어렵다. 때문에 통신사 결합 상품처럼 할인으로 고객을 끌어온다. 이런 음원 플랫폼들이 가격 외의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1) 앱의 UI/UX 디자인을 예쁘고 편리하게 하여 사용성을 개선하고

2) 사용자에게 딱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어 충성도를 높이고

3) 사용자 개개인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게 하여 락인(lock-in)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 뮤직앱이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벅스 등으로 많지만, 유저들이 매일 앱을 옮기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매번 바꾸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로와 바이브에서는 플레이리스트를 캡쳐해서 업로드하면 타 뮤직앱의 플레이리스트를 그대로 복구하는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캡쳐해서 일일이 옮기는 것도 수고롭기 때문에 파격적인 이유가 없다면 굳이 사용하던 앱을 수시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꼭 플레이리스트만 귀찮은 것은 아니고 회원가입부터 결제, 적응 등 모든 것이 바꾸기엔 너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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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유튜브 뮤직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 동영상을 재생해서 음악을 트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료가 많이 나간다
  •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무료 사용자는 음악 중간중간 광고를 참아내야 한다
  • 정식 음원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음질이 일정하지 않고 나쁜 경우도 꽤 있다
  •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사용성이 그렇게 좋지 않다 (좋아요를 누른 유튜브 동영상 중 음악과 상관없는 것이 가끔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됨)

때문에 유튜브 뮤직은 음악 플랫폼으로서 아주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음악을 마구마구 믹스해서 아무거나 듣는 사람에게는 괜찮을 수 있으나, 사용자가 직접 편집을 가미하기에는 불편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국내에서 유튜브 뮤직의 점유율은 생각보다 낮다. 나 역시 유튜브 뮤직을 가성비 때문에 쓰고 있긴 하지만 최근 다시 벅스나 바이브로 돌아갈까 고민 중이다. 플레이리스트가 내게는 꽤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음원 서비스(뮤직 앱) 점유율 알아보기 - 유튜브 뮤직 장단점과 Spotify의 한국 진출? -

나의 음원 서비스 이용 히스토리는 이러하다. 멜론 (2009~2015) ---> 벅스뮤직 (2016~2018) ---> 바이브(VIBE) (2019) ---> 유튜브뮤직 (2019~) 멜론이 SKT이던 시절 통신사 결합으로 멜론을 오랜 기간 쓰다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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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말이 길어졌지만 정리해보면 이렇다.

 

같은 음원을 유통하는 음원 유통 플랫폼들은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때문에 사용자 개개인에게 딱 맞는 음악 추천하는 것에 아주 공을 들인다.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추천해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기술적인 발전에도 힘을 쓰지만, 각 플랫폼마다 '뮤직 PD'라는 이름의 편집자를 두어 사용자에게 음악 추천과 함께 감성도 자극한다. 결국에는 같은 소재(음원)를 누가 가장 잘 편집하는지의 싸움이다. 편집력은 곧 경쟁력이 되고 브랜드 가치가 된다. 

 

때문에 나는 벅스나 멜론같은 뮤직 앱들이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 함으로써 자신들의 편집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달(reach)은 가장 많은데 광고비는 0원인 것이다. 다행히 유튜브 뮤직이 뮤직 앱으로써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는 상황이므로 만약 멜론을 이용하던 사용자가 벅스의 플레이리스트가 마음에 든다면 벅스에 솔-깃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벅스의 뮤직PD 앨범 중

 

편집샵이 계속 생겨나는 것도, 각종 큐레이팅 서비스가 호황인 것도, 유튜브에 Full 영상보다 편집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것도 나는 이 시대의 콘텐츠의 승부처가 결국 '편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한,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곳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팬)을 만들고, 편집력을 자랑하는 음원 플랫폼들. 앞으로는 플레이리스트 업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편집력을 뽐내지 않을까? 기획자로서 바라보는 음원 시장에는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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